프레이 - 이시스(Prey - Isys)
- 이시스-프레이와 하나이자 둘을 이루는 자.
- 빛의 끝자락에 서서 어둠을 불러오는 자.
- '프레이-이시스'.
- 프레이가 빛을 상징하며 생명을 수호하고 풍요를 노래한다면, 이시스는 어둠을 상징하며 죽음을 관장하고 안식을 노래했다.
- 둘은 한 몸으로 하나가 깨어나면 하나는 잠이 들었다.
- 프레이는 깨어나면 빛을 불러와 낮을 만들었으며, 이 빛으로 생명을 키우고 자라나게 했다.
- 이시스가 깨어나면 어둠을 불러와 밤을 만들었으며, 어둠 속에서 명이 다한 생명이 안식에 들게 했다.
- 하루의 반을 프레이가 나머지 반을 이시스가 관장함으로써 테이베르스는 순환하고 번창했다.
- 하지만 둘의 균형은 서서히 한쪽으로 기울어져 갔다.
- 테이베르스의 많은 존재가 빛을 불러오는 프레이를 따르기 시작했고, 이는 신앙처럼 변해 프레이의 시간을 늘려주었다.
- 균형은 깨졌고 낮이 길어졌다.
- 이로 인해 안식에 드는 생명보다 새로이 태어나는 생명이 많아졌다.
- 반대로 이시스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.
- 안식에 들어야 할 생명이 줄어들었고, 그만큼 그의 힘은 서서히 약해져 갔다.
- 모두의 기억에서 잊히는 것처럼 이시스는 존재를 잃어갔다.
- 하지만...
- 이시스는 소멸의 끝에서 새로운 마음에 눈을 뜨게 된다.
- 분노와 증오.
- 그는 몸을 지배하고 프레이를 대신해 테이베르스를 지배하겠노라 마음먹는다.
- 이를 느낀 프레이는 온 힘을 다해서 아무도 없는 곳으로 날아간다.
- 이시스는 이 틈을 노려서 몸을 지배하기 위해서 날뛰기 시작한다.
- 몸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벌어지고, 주변은 휘몰아치는 불안정한 기운에 휩쓸려 산산조각이 난다.
- 위기를 느낀 프레이는 이시스의 이름을 세 번 부르짖어 몸 밖으로 꺼냈다.
- 첫 부름에 이시스의 사념이 몸 밖으로 빠져나왔다.
- 두 번째 부름에 이시스의 뼈와 살과 깃털이 생겨났다.
- 세 번째 부름에 이시스가 날개를 펼쳤다.
- 이시스는 서서히 하늘로 날아올랐고, 자신을 뱉어내느라 힘이 빠진 프레이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날갯짓했다.
- 첫 날갯짓에 모든 바람이 잠들었다.
- 두 번째 날갯짓에 하늘의 별들이 모습을 감추었다.
- 세 번째 날갯짓에 밤이 찾아와 테이베르스를 뒤덮었다.
- 밤을 불러온 이시스는 프레이를 공격한다.
- 그들의 싸움은 오랫동안 지속 되었다.
- 밤과 낮이 쉴 새 없이 바뀌었으며, 이로 인해 세상이 뒤집히고 혼란에 빠졌다.
- 모두가 거대한 혼돈 속에서 공포에 물들어갔다.
- 그렇게 수일.
- 어느 순간 밤은 사라지고 낮만이 존재하게 되었다.
- 프레이의 승리로 끝이 난 것이었다.
- 프레이는 땅을 열었고 가장 깊숙한 곳에 이시스를 묻었다.
- 이시스는 그렇게 영원의 꿈속에 갇히고, 기나긴 시간을 밤보다 더 깊은 어둠 속에서 보내게 된다.
- 어느 날. 이시스는 자신을 옥죄고 있던 프레이의 힘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 단숨에 땅 위로 솟아오른다.
- 이번에야말로 결착을 지을 것이다. 그리고 몸을 흡수해 완전한 하나가 될 것이다.
- 하지만 테이베르스를 모두 찾아도 프레이를 찾을 수 없었다.
- 대신, 우주 어딘가에서 그의 존재를 찾아낸다. 그리고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도 느끼게 된다.
- 본래 하나였기에, 그리고 다시 하나가 될 것이기에 알 수 있는 본능과 같은 이끌림.
- 이시스는 천천히 날개 펼친다.
- 또 다른 자신과 만나기 위해.
- 금시사 트리투라 (金翅獅) (Tritura the Golden Wing)
- 테이베르스의 동과 서를 잇는 바람길의 수호자, 금시사 트리투라.
- 강철의 날개로 하늘을 갈랐으며, 강력한 발톱으로 적을 멸했다.
- 황금으로 빛나는 비늘은 보호를 받는 이들에게 희망을, 맞서는 적들에게는 절망의 상징이었다.
- 거침없는 용맹함 앞에서 적들은 두려움에 떨었고 무릎 꿇었다.
- 보호를 받는 이들은 안심했고 금시사의 이름을 칭송했다.
- 트리투라의 용맹함은 프레이가 검은 조각과 함께 사라진 후에도 사그라지지 않았다.
- 오히려 두려움이 없는 눈으로 앞서 나와 모두를 둘러보며 외쳤다.
- "그분이 돌아오는 날까지 나의 발톱이 모두를 지킬 것이다!"
- 때마침 음산한 바람이 불어왔다.
- 트리투라는 단숨에 날아올라 바람이 불어온 방향을 노려보았다.
- "심상치 않은 바람이다. 내가 나설 차례다."
- 모든 이가 불길함에 두려워해 그를 만류했다.
- 하지만 그의 거침없는 용맹함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.
- 대신, 트리투라는 열흘 뒤에 돌아오겠노라고 약조하고 떠나갔다.
- 열흘이 지났다.
- 그리고 또 열흘이 지났다.
- 모두를 위해서 바람길을 타고 날아올랐던 금시사는 돌아오지 않았다.
- 그가 수호하던 바람길에서 불길하고 음산한 기운이 전해져 올 뿐이었다.
- 별의 수호자 조디악 (Zodiac, Guardian of the Stars)
- 테이베르스의 가장 깊은 하늘에 어떤 존재가 있었다.
- 황금빛으로 빛나는 하늘에서 몸을 움직여 별자리를 만들었고, 하늘 아래의 모든 존재에게 길을 안내했다.
- 하늘을 나는 자들은 이 길을 따라 날아올랐으며, 바다를 여행하는 자들은 이를 길잡이 삼아 앞으로 나아갔다.
- 덕분에 광활한 테이베르스에서 그 누구 하나 길을 잃고 헤매지 않았다.
- 모두가 부드러운 손길로 인도해주는 존재에게 감사해했으며, 별의 수호자 조디악이라 칭했다.
- 하지만 테이베르스에 보라색 비가 내리던 날.
- 하늘이 어둠에 물들어 모든 것을 가렸을 때, 조디악의 모습도 사라졌다.
- 조디악은 보라색 비가 멈추어도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.
- 별자리가 사라지자, 황금으로 빛나던 길도 자취를 감춘다.
- 하늘과 바다가 요동치기 시작했다.
- 길을 잃는 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, 목숨을 잃기도 했다.
- 모두가 조디악을 간절하게 찾았지만,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.
- 테이베르스의 질서가 무너졌다.
- 모두가 제자리에 멈추었고 멀리 떠나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.
- 오랜 시간이 지난 뒤. 조디악은 홀연히 모습을 드러냈다.
- 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탁한 기운에 물들어 있었다.
- 황금빛으로 빛나는 하늘을 검게 물들이고, 길을 인도하던 힘으로 주변을 삼켜 검게 흘러내리게 했다.
- 테이베르스는 다시 없는 혼란에 빠져들었다. 하지만 조디악은 멈추지 않고 검은 별자리를 만들어나갔다.
- 모두가 아닌 오직 한 존재. 프레이 - 이시스를 위해서.
- 쌘비구름 (Cumulonimbus)
- 그녀는 오랜 잠에서 깨어나 테이베르스의 하늘로 날아올라 그곳에 머물렀다.
- 하얀 구름을 안식처로 삼았고, 마른 곳을 찾아 비를 뿌려 축복을 내렸다.
- 축복은 대지를 넘침과 부족함이 없이 적셔 늘 물기를 머금게 했다.
- 이는 테이베르스의 생명의 원천이 되었다.
- 모든 생명이 이로써 태어났고,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.
- 프레이는 몸소 날아올라 그녀를 만나 감사를 표했다.
- 루프송은 그녀를 위해 노래를 불러 찬양했다.
- 모두가 오랜 잠에서 깨어나 축복을 내려주는 고대 정령의 헌신에 깊은 마음으로 감사를 표했다.
-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을 받아들였고, 영원히 축복을 내려 주겠다고 약속한다.
- 그렇게 수많은 시간이 흘렀고, 테이베르스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금색의 별로 거듭나 있었다.
- 모든 것을 집어삼킨 그 날이 오기 전까지...
- 약탈자 로스올 (Rossall, the Plunderer)
- 로스올은 깃털이 없었다.
- 거칠고 뻣뻣한 털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으며, 납작한 코와 퇴화한 두 눈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.
- 악취가 심해서 곁에 있으려는 존재도 없었으며, 이 때문에 늘 외로움 속에서 고통으로 몸부림쳤다.
- 그런 로스올에게도 이시스 - 프레이는 손을 내밀어 주었다.
- 밝은 밖으로 나오도록 해주고, 모든 존재가 반갑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.
- 하지만 하늘에 검은 조각이 나타나고 보라색 비가 내렸을 때, 그는 돌아오지 않는 이시스-프레이를 위해서 날아오르지 않았다.
- 퇴화한 두 눈을 대신해서 발달한 감각들이 로스올을 공포로 몰아넣어 깊은 동굴로 숨어들게 했기 때문이었다.
- 겨우 동굴 밖으로 나왔을 때는 검은 조각은 사라졌고, 세상은 슬픔에 빠져있었다.
- 그리고 그때 로스올은 절대로 하지 말았어야 할 죄를 범한다.
- 이시스 - 프레이를 위해서 가장 높은 곳으로 날아올랐다 추락해 정신을 잃은 스레니크론의 꼬리털을 훔친 것이다.
- 은인에 대한 감사보다도 그리고 희생을 한 동료에 대한 경의보다도 유혹에 사로잡혀 모두를 배신한 로스올을 용서하는 존재는 없었다.
- 스레니크론의 형제인 스레니콘은 크게 분노했고, 가장 높은 창공으로 날아올라 로스올을 찾아다녔다.
- 로스올은 스레니콘이 두려워 스레니크론의 털을 꼬리에 붙이고는 밤의 동굴로 숨어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.
-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갔다. 시간을 가늠할 수도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...
- 그때까지도 로스올은 공포에 떨면서 밤의 동굴에서 숨어 지내고 있었다.
- 그리고 그때 어디에서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.
- '너는 잘못하지 않았다. 나를 따르거라.'
- 로스올은 이시스 - 프레이인듯 아닌듯한 목소리에 홀려 밤의 동굴 밖으로 이끌려 나왔다.
- 끔찍하게 변한 세상이 보내는 재앙의 기운이 로스올의 털을 곤두세웠지만, 이번만큼은 공포를 느끼지 않았다.
- 그를 인도하는 목소리가 그리하라고 이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.
- 오메가 가디언 (Omega Guardian)
- 금색의 별 테이베르스 어딘가에는 루프송조차 언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고대 신전이 존재한다.
- 아주 오래전부터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, 그 무엇으로도 열 수 없어 누구도 안을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.
- 그러나 프레이가 처음으로 가장 높이 날아오른 날. 신전은 축복이라도 하듯이 스스로 문을 열었다.
- 오메가 가디언은 문 안에서 걸어 나와 고대 신전으로 내려오는 프레이를 몸소 맞이했다.
- 그 이후로 오랫동안 고대 신전의 문은 열려있었고, 오메가 가디언은 이곳을 지켰다.
- 하지만 이시스가 깨어나 테이베르스를 뒤덮고 높이 날아올랐을 때, 고대 신전은 그를 축복하지 않는다.
- 이시스는 자신을 거부하는 고대 신전에 분노했고, 부수기 위해서 단숨에 날아온다.
- 오메가 가디언은 자신이 걸어 나왔던 문을 스스로 닫아버린다.
-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이시스를 바라보며, 고대 신전을 지키기 위해 홀로 막아선다.
- 몸소 프레이를 맞이했던 축복의 그 날을 회상하듯이...
- 악녀 그레타 (Villainess Gretta)
- 아아... 어쩌면 저렇게 멋질까...
- 꿈 속에서 그리던 완벽한 존재가 바로 저분이 아닐까...!?
- 저 분은 나의 것.
- 나만의 것.
- 누구도 닿게 하지 않을 거야.
- 오로지 나를 위해 존재하는 분이니까!
- 밤의 마천루의 카쉬파 연구소 한 곳이 불에 타 완전히 소실된다.
- 연구원들의 머리가 사라진 채였고, 악마를 연구하던 자료는 모조리 불타 사라졌다.
- 그리고 언젠가 악마에게서 빼앗아 보관하고 있던 낫 한 자루도 함께 사라졌다.
- 누가 범인인지,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.
- 다만,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참극의 유일한 생존자가 정신 나간 채로 내뱉은 증언만 남아있을 뿐이었다.
- '그레타... 거대한 날개의 악마... 모두의 목이... 발 아래에...'
- 에리스 켈리 (Aries Kelly)
- 어린 켈리는 별이 좋았다.
- 남들은 끔찍한 것이 다가오는 보기 싫은 빛이었지만 켈리는 부모의 눈을 피해 별을 보며 밤을 지새우곤 했다.
- 켈리의 눈에 비치는 별은 무엇이든 있는 세계였다.
- 저들 중 하나는 분명 이곳과 달리 행복한 장소라고 생각했다.
- 언젠가는 갈 수 있을 거라고.
- 그곳에서는 끝없는 배고픔과 공포에서 벗어나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.
- 병으로 동생을 잃고, 오빠가 괴물에게 먹혔어도.
- 음식을 구하러 나간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고, 아버지가 테라나이트 중독으로 죽어갔어도.
- 그래도 켈리는 믿었다.
- 언젠가는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저 별로 갈 수 있다고.
- 세월이 지나고 켈리는 자신에게 마법의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.
-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 마법을 배우기 시작한다.
- 곧 두각을 나타냈고, 카쉬파에 들어갈 수 있었다.
- 먹을 것이 풍부해졌고, 이전과 다르게 공포를 느낄 필요가 없어졌다.
- 하지만 역시나 그녀가 찾던 행복은 없었다.
- 켈리는.
- 어린 켈리가 그리던 행복의 존재에 의문을 품었다.
- 정말로 그런 것이 있을까?
- 환상이 아닐까?
- 착각이 아닐까?
- 그때 누군가가 나타나 켈리의 귓가에 속삭였다.
- 속삭임은 오랜만에 켈리를 미소짓게 했다.
- 더없이 행복한 표정.
- 그리고 켈리는 곧 자취를 감추었다.
- 투사 쿠가이 (Fighter Kugai)
- 쿠가이는 날 때부터 강인한 전사가 아니었다.
- 오히려 작고 초라했으며, 신체의 한계에 부딪혀 날아오르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존재였다.
- 그는 언제나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를 갈망했고, 그러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했다.
- 그리고 그 끝에서 강대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.
- 그는 뜻하는 대로 강인한 전사가 되었고, 높은 곳으로 날아올라 위대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.
- 하지만 검은 조각이 나타나고, 사라진 프레이를 위해서 하늘로 날아올랐던 날.
- 하늘의 끝에도 도달하지 못한 채 볼썽사납게 바닥으로 떨어지고는 커다란 절망을 느낀다.
- 모든 것을 극복했던 자신이 처음으로 느껴본 패배감.
-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었던 좌절감.
- 그는 속에서 끓어 오르는 알 수 없는 분노에 휩싸였고 온 몸을 불태우는 듯한 열을 토해낸다.
- 이 모습을 끝으로 그는 모습을 감춘다.
- 긴 시간이 흐르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, 그는 더는 위대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강인한 전사가 아니었다.
- 정체불명의 붉은 기운에 이끌려 더욱 강한 힘을 갈망하며, 오로지 싸움을 위해 살아가는 잔혹한 투사가 되어있었다.
- 폭염의 탐구자 자드라콘 (Jardrakon, the seeker of Flame)
- 테이베르스의 가장 끝.
- 극지로 불리는 땅의 왕이자 폭염의 탐구자 자드라콘이 머무는 곳.
- 프레이도 그의 영역을 존중했고, 이곳을 방문할 때는 늘 허락을 구했다.
- 자드라콘은 어마어마한 열을 몸 밖으로 내뿜었다.
- 열기는 테이베르스로 뻗어 나가서 따뜻함이 머물게 해 알을 깨우고 생명이 태어날 수 있게 했다.
- 그가 극지에 머물지 않았다면 혹한의 추위가 테이베르스를 덮쳐 생명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되었을 것이라 한다.
- 이를 증명하듯 자드라콘이 긴 수면에 들어가면 테이베르스에 겨울이 찾아온다.
- 보라색 비가 하늘에서 내렸을 때도 그의 열에 증발해버렸고, 이로 인해 극지는 피해 보지 않았다.
- 존재들은 재난을 피해서 극지로 몰려들었고, 그의 영역 주변으로 몸을 피했다.
- 자드라콘은 이들을 살피고자 더 많은 열을 뿜어냈다.
- 그 결과 극지로 몰려든 존재들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으나, 자드라콘은 평소보다 더 일찍 긴 수면에 들어간다.
- 하지만 그사이 검은 기운이 그를 감싸 안았고, 꿈에 침범한다.
- 자드라콘이 긴 수면에서 깨어났을 때, 깃털은 붉게 불타오르는 듯이 일렁였고, 뿜어내는 불길에는 타락의 기운이 서리게 된다.
- 이를 본 존재들은 경악했고 입을 모아서 절규했다.
- 자드라콘은 새로운 모습으로 높이 날아올라 극지를 타락의 불길로 가득 채웠다.
- 그리고 미련도 없다는 듯이 꿈속에서 자신을 부르던 목소리를 따라 더 높이 날아올랐다.
- 달 무지개 에이크 (Eik, the Lunar Rainbow)
- 에이크는 언제나 행복했다.
-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들과 황금 들판을 뛰어노는 것이 좋았다.
- 모두 자신을 사랑했고, 자신도 모두를 사랑했다.
- 하지만 하늘이 보라색으로 물들었다.
- 자신을 어루만지던 커다란 존재가 하늘로 사라졌다.
- 뛰놀던 황금 들판은 사라졌고, 목을 축이던 맑은 샘물은 검게 변했다.
- 자신이 사랑하던 모두가 슬퍼했다.
- 에이크도 슬펐다.
- 모든 것이 변해 버린 세상에서 에이크는 더는 행복하지 않았다.
- 그렇게 슬픈 나날을 보내던 에이크는 다시 행복해졌다.
- 황금 들판은 돌아오지 않았다.
- 샘물도 아직 검었다.
- 하지만 자신을 어루만지던 커다란 존재가 돌아왔다.
- 비록 다른 모습이지만, 다른 목소리지만, 어루만지던 손길은 같았다.
- 검게 물든 에이크는 검은 눈물을 흘리면서 행복해했다.
- 붉은다리 알케토-프렉세스 (Alceto-Praxess, the Crimson legs)
- 그는 굳세고 용맹한 전사였고, 친절한 고대 신전의 수호자였다.
- 검은 조각이 나타났을 때, 가장 먼저 고대 신전을 수호하고자 날아올랐다.
- 또한, 프레이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, 가장 먼저 날아올라 모두를 지켰다.
- 하지만 그 때문에 가장 먼저 날카로운 얼음 조각에 부딪혔고, 두 날개를 모두 잃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.
-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자신이 사랑하던 프레이도, 자랑하던 두 날개도 사라진 뒤였다.
- 그는 절망했다.
- 더는 바람을 타고 날아오를 수 없음에 절망했다.
- 그토록 추앙하던 프레이를 돕지 못하고 잃었음에 절망했다.
-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.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.
- 그는 그렇게 힘없이 주저앉아 한참이나 멍하니 하늘만 올려다보았다.
- "일어서라."
- 어디선가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.
- 정신을 차린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.
- 하지만 어디에도 목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.
- "다시 날아올라 나를 따르라."
- 목소리는 더욱더 또렷해졌다.
- "너의 본질은 나와 같나니."
- 그는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. 하지만 목소리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.
- 천천히 죄어오는 손아귀 속에서 언젠가 한 번 느껴본 기운의 주인을 떠올렸다.
- "당...신은...."
- 붉은 깃털이 흩날려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.
- 그렇게 떨어졌던 깃털들은 다른 색으로 빛나 떠올랐고, 망토가 되어 그의 어깨에 둘렸다.
- 고통일까? 아니면 환희일까?
-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은 그는 하늘로 날아올랐다.
- 그리고 그를 부르는 목소리를 따라서 다시 나타난 검은 조각으로 향했다.
- 야수 스림 (Srim, the Beast)
- 스바르트 밀림(密林).
- 높이 솟은 기암절벽 주변으로 키 큰 나무들이 틈 없이 가지를 뻗은 곳이자, 몇 안 되는 '빛이 닿지 않는' 곳 중에서 가장 광범위한 장소이다.
- 빛을 무서워하는 존재들이 여기로 몰려 들었고,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만들어 살아갔다.
- 모든 빛이 차단된 어둠 속 주민들의 마음은 점점 어둠에 물들었고, 죄악의 기운에 사로잡혀 타락해 나갔다.
- 이들은 찬란한 빛 아래에서 살아가는 자들과 자신들은 다른 존재라고 여기기 시작한다.
- 터전의 이름을 빌려서 '스바르트'라고 칭하기로 하고, 빛 아래서 살아가는 존재들과 그들이 숭배하는 이시스-프레이를 부정하기까지 이른다.
- 스바르트들의 모습은 기괴하고, 흉측하게 변해갔으며, 몸에는 악취가 진동하고 벌레가 들끓었다.
- 테이베르스의 주민들은 거칠고 잔인하게 변해버린 스바르트들을 두려워했고, 밀림 근처에 가는 것도 꺼렸다.
- '스림'은 이런 스바르트 중에서도 가장 흉포하고 잔인했다.
- 모두가 '죄악을 가지고 태어난 짐승'이라고 불렀으며, 이를 증명하듯이 잔인하고 흉포했다.
- 밀림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할 정도였다.
- 하지만 스림은 검은 기운이 테이베르스를 뒤덮었을 때, 스스로 걸어 나온다.
- 빛을 두려워했지만, 본능이 걷게 했고, 검은 기운이 인도했다.
- 그리고 마침내 그 끝에 도달했을 때,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았던 몸을 바닥에 뉘어 복종의 맹세를 한다.
- "주...인... 이시스 님께... 이 몸을... 바칩... 니다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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